안녕하십니까?
만물이 생동하는 길한 날, 서울의 진산(鎭山)이자 수천 년 세월 우리 민족의 홍망성쇠를 굽어 살펴 온 백악산(북악산) 신령님께 정성을 올리는 "백악산 산신제"를 봉행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먼저, 이 성스러운 제례를 준비하기 위해 지극한 마음을 모아주신 종로구청, 종로문화원 관계자 여러분과 자리를 빛내주신 내·외빈께 깊은 경의를 드립니다.
산신제, 땅에 대한 예의이자 하늘과의 소통
우리나라의 산신제는 단순히 기복(祈福)의 수단이 아닙니다. 우리 선조들은 산을 자연물이 아닌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영적인 통로이자 국운을 좌우하는 신령한 존재로 여겨왔습니다.
단군신화에서부터 시작된 산신숭배는 삼국시대를 거쳐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산신령을 모시는 신성한 공간으로, 국가의 안녕과 백성의 평안을 비는 국가적 제례로서 그 명맥을 이어 오고 있습니다.
특히 이곳 백악산은 고려시대에는 "백악신사(白岳神祠)"라는 사당이 있었다고 전하며, 태조 이성계는 도읍인 한양을 수호하는 주산(主山)으로 산신제를 올리며, 나라의 대사가 있을 때마다 임금과 백성이 한마음으로 머리를 숙였던 곳입니다.
산신제, 단절된 시간을 잇는 가교
백악산 산신제는 급격한 현대화 과정 속에서도 잊혀가던 민족의 고유 신앙과 공동체 의식을 복원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전승사적 가치를 지닙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이 제례를 통해 우리의 정체성을 확인하며 조상들이 물려준 정신문화 자산을 후대로 오롯이 전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다시 산신을 모시는 것은 생태적 감수성의 회복이기도 합니다. 산신제는 인간이 자연의 주인이라는 오만을 내려 놓고 자연의 일부로서 겸허하게 "상생조화"를 다짐하는 의식입니다.
부디 오늘 우리가 정성으로 올리는 이 제례가 백악산 신령님께 닿아, 대한민국의 국운번창과 평화통일을 기원하며 서울시민의 가정마다 만복이 가득하기를 소망합니다.
백악의 영험한 기운이 이 자리에 함께 한 모든 분의 지친 마음을 치유하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갈등을 씻어 내는 화합의 마중물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2026년 5월 4일 한국음악학 박사 김세종 올림